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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청법 개정안 통과, 음란물과 성착취물의 차이

by 실버슈 2020. 5. 27.

 

Photo by  Bruno Nascimento  on  Unsplash

< 'n번방 방지법' 시행과 아청법 개정 >

Photo by  Free To Use Sounds  on  Unsplash

대한민국을 분노에 빠지게 만들었던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른바 'n번방' 사건이 발생 이후, 영상이나 사진 등 불법 성 착취물을 막기 위해 개정된 형법, 성폭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전기통신사업자법, 정보통신망 이용에 관한 법 등 소위 'n번방 방지법'들이 지난 19일부터 시행됐다.

 

그리고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번 아청법 개정안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개정 전에는 '음란물'로 규정하고 있던 법률 용어를 '성착취물'로 개정했다.

 

이번 아청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무엇이며, '음란물'과 '성착취물'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이들 내용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 아청법 주요 개정 내용 >

 

n번방 사건의 피해 여성 중 미성년자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청법을 개정하여 그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국민의 여론이 높아졌다. 주요 개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Photo by  engin akyurt  on  Unsplash

1. 음란물 -> 성착취물

 

아청법 제2조 제5호에 명시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란 명칭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란 용어로 변경되었다. 이에 대한 두 용어의 차이와 변경 이유는 아래에 후술 하도록 한다.

 

2.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과 강제추행에 대하여 예비·음모죄 신설

 

아동·청소년에게 실제로 범죄가 실행되기 전 성범죄를 저지르려는 계획을 한 경우도 처벌이 가능해진다. 처벌 범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다. (벌금형 없이 징역이다) 예비범에 대해서는 향후 시행령과 판례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3.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 판매, 유포 처벌 강화

 

아청법 제11조에 명시된 아동·청소년이용 성착취물의 제작·배포와 관련하여 제2항 판매, 대여, 배포, 제공, 소지, 전시, 상영한 자는 기존 10년이하의 징역에서 5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이 무겁게 바뀌었다.

 

제3항은 영리 목적이 아닌 배포, 제공, 전시, 상영한자에 대해 기존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변경하였다. 역시 벌금형은 없다.

 

Photo by  Dhaya Eddine Bentaleb  on  Unsplash

제5항은 아청성착취물을 소지한 자에 대한 처벌인데, 기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에서 1년 이상의 징역으로 변경되었다. 이 또한 벌금형은 없다.

 

또한, 상습범 조항이 추가되었는데 아청성착취물을 상습적으로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된다.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의 형이 최소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인데, 여기에 2년 6개월이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며, 이 경우에는 형이 5년을 초과하므로 집행유예 또한 기대할 수 없다)

 

< '음란물'과 '성착취물'의 차이점 >

Photo by  Marcos Paulo Prado  on  Unsplash

앞선 주요 개정 내용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개정에서 아청법 조항 중 음란물 이라는 단어를 성착취물로 변경하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불법촬영물이나 성착취물에 대한 법의 명시는 모두 음란물로 다루고 있었다. 이는 형법에서 명시한 '음란'의 정의를 그대로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형법에서는 '성풍속에 관한 죄'에서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등의 반포 판매 등을 금지하고 있다.) 사전에는 음란을 '음탕하고 난잡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형법은 이러한 행위 자체를 문제 삼고 풍기 문란에 대한 죄를 묻겠다는 것이다.

 

이는 곧 그 행위를 한 사람이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게 된다. 성착취를 당해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풍기 문란한 행위를 한 영상이라는 인식이 생긴다는 의미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아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라는 용어의 변경이 필요했다.

 

단, 이번 아청법 개정에서 단순히 용어의 변경만이 있었으며, 이에 대한 정의를 구체적으로 변경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나뉜다. 성착취물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위해서는 '음란물'과 '성착취물'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n번방'을 마치 "사람들이 모여서 야동 좀 본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하는 일부의 몰지각함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치며 >

Photo by  Matese Fields  on  Unsplash

'n번방 사건', '박사방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어두운 곳에 위치해있던 성범죄들에 대한 처벌과 애매한 문구들로 규정되어 있던 관련법들이 함께 손질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앞으로도 지금의 분노에 찬 개정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꾸준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와 함께 법의 개정과 시행령의 입법까지 발전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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