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두산은 기아를 3-2로 꺾으며, 주말 3연전 스윕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날 경기의 가장 큰 뉴스는 두산의 스윕승이 아닌 다른 내용을 담은 기사였다. 바로 두산 내야수 류지혁과 기아의 우완 투수 홍건희의 트레이드 기사였다.
이 트레이드는 5월 29일 두산이 SK와 진행한 2대2 트레이드(이흥련, 김경호 <-> 이승진, 권기영)가 진행된 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리그 내 팀이 많지 않고 선수풀도 한정적인 데다가 트레이드의 결과가 바로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험이 큰 단일리그인 KBO에서 이런 대형 트레이드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두 번이나 일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두산과 기아는 이러한 트레이드를 진행한 걸지 추측해보고, 두 선수의 간단한 정보와 함께 각 팀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아보자.
투수가 필요했던 두산, 내야수가 필요했던 기아
지난 6월 4일, 두산은 팀의 5선발인 이용찬을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이용찬은 3일 경기가 끝난 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검사 결과 인대 부분 손상이 발견되며, 인대접합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두산 입장에서는 당장 1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채울 선수가 필요했으나 자원이 마땅치 않았다. 최원준은 긴 이닝 소화가 불가능했고(손가락 압통), 직전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승진은 성적이 좋지 못했으며, 장원준도 아직 몸상태가 올라오지 않은 상태였다. 다시 말해, 두산의 퓨처스 팀에는 현재 올라올만한 선발 투수 전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또한 두산은 구원진 방어율이 리그 9위를 기록할만큼 헐거운 상황이었다. 즉시 전력감의 투수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기아의 상황을 보자. 기아의 2020년 3루수는 황윤호, 장영석, 나주환 이 3명이 번갈아가며 맡았다. 나주환은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나 많은 나이(올해 36살)와 아쉬운 타격으로 장기적으로 팀의 3루를 맡기는 어렵다. 덕분에 황윤호와 장영석은 시즌 초반 많은 기회를 부여 받았으나 잦은 실책(황윤호 실책3 수비율 0.923/ 장영석 실책2 수비율 0.867)과 아쉬운 타격(황윤호 0.233 / 장영석 0.129)으로 기아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두 단장의 미팅 후 하루 만에 트레이드 성립
물론 KBO에 두 팀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각 팀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아쉬운 부분이 있고 이해관계가 맞는다고 하여 트레이드가 무조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기사에 따르면 기아의 조계현 단장과 두산의 김태룡 단장은 경기 전 티타임을 가지던 중 이야기가 맞아 트레이드가 단번에 성립되었다고 한다. 이번 트레이드에 포함된 두 선수들은 각 팀 단장들에게 어떤 부분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졌기에 이런 트레이드가 진행될 수 있었을까?
두산의 슈퍼 백업 '류지혁'
2012년 두산에 입단한 류지혁은 KBO리그 통산 497경기를 뛰며 타율 0.267 253안타 8홈런 102타점 195득점 OPS 0.680을 기록했다. 아마추어 시절 2011년 충암고의 황금사자기 우승에 공헌하였으며, 그 해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에 국가대표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단순히 기록을 떠나서 류지혁은 두산 내야에 대체 1옵션으로 뽑힐 정도로 수비를 잘하는 선수이다. 물론 팀의 주전 선수들이 그보다 더 뛰어난 수비와 타격을 보여주고, 가끔씩 나오는 류지혁의 수비 불안은 그를 계속 백업의 자리에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수비 능력은 두산뿐만 아니라 타 팀에서 인정할 정도로 뛰어나다.
당장 두산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내야 주전인 김재호, 오재일, 최주환, 허경민 등 4명이 FA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이때 4명 중 누군가가 팀을 떠났다면 그 대체자원으로 가장 먼저 이름이 나오는 선수가 바로 류지혁이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두산에서 주전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팀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고, 그의 꿈은 1년 뒤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두산은 당장에 팀에서 쓸 수 있는 투수가 더 필요했던 것 같다.
제2의 윤석민을 기대하게 했던 '홍건희'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9번으로 지명되어 기아에 입단한 홍건희는 데뷔 당시부터 팀의 선배인 윤석민과 유사한 투구폼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최고 구속은 150km를 넘고, 슬라이더를 함께 던지며 삼진을 뽑아내는 모습은 윤석민과 유사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성장은 더뎠고 직구 구위로 플라이볼을 많이 얻어내는 그에게 챔피언스 필드는 넓지 않았다.
홍건희의 1군 통산 기록은 166경기 9승 20패 5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6.30이다. 2020년에는 10경기에 나가 12이닝 동안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6.00을 찍었다. 올해도 역시 피장타율이 0.578로 KIA 투수 중 가장 높았다. 그는 12이닝 동안 2루타 2개, 3루타 2개, 홈런 3개를 허용했다. 기아 입장에서는 긁어 볼 만큼 다 긁어본 복권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고, 이 와중에 3루에서는 계속 폭탄이 터져나갔다.
두산과 기아가 기대하는 류지혁과 홍건희의 모습
그렇다면 이 두 선수가 각 팀에 합류하면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그리고 두산과 기아는 어떤 변화를 경험하게 될까? '야구에 만약은 없다'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각 팀이 트레이드한 이유와 양 팀의 팬들이 이 선수들에게 기대하고 예상하는 부분은 과거의 기록에서 찾게 될 수밖에 없다.
기아에 들어온 류지혁은 팀의 3루수를 맡게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에서는 주전급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안정성과 송구 능력을 보여줬다고 하지만 기아에 있어서는 경쟁자가 없는 3루 자원일 가능성이 높다. (6월 8일 현재 황윤호 + 장영석의 WAR은 -0.52다.) 또한 두산에서도 경기 중반 대주자로도 자주 투입될 정도로 발이 빠르고 주루 센스가 좋다. 기아에게는 타격과 수비 모두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자원을 얻은 것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홍건희가 빠진 투수진의 공백은 어떨까? 기아의 투수진은 타자에 비해 안정되었다는 평가를 이미 받고 있다. 이민우가 안정적으로 선발진에 안착하고 임기영도 3경기 연속으로 좋은 피칭을 보여주며, 선발진에는 현재 자리가 없다. 불펜 또한 박준표 - 전상현 - 문경찬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홍건희의 자리는 다른 어린 투수들의 성장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두산에서의 홍건희의 필요성은 다르다. 먼저 잠실구장에서 홍건희의 성적은 본인의 평균보다 좋은 편이다. 홍건희는 잠실에서 통산 19경기에 나와 2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76으로 나쁘지 않았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홍건희가 뜬 공 위주의 피칭을 한다는 점을 보았을 때 잠실구장은 그에게 심적인 평안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두산의 외야진은 기아의 외야진보다 수비가 좋다. 과거의 기록을 그대로 가지고 온다면 홍건희는 두산에서 기아에서보다 좋은 성적을 보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류지혁이 빠진 내야의 공백은 어떨까? 두산팬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당장에 오재원과 허경민 마저 부상인 내야에 류지혁마저 없다면, 아무리 두터운 두산의 내야여도 그 구멍이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두산 프런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입단 9년 차인 류지혁이 주전을 뛰어넘는 성장이 없는 채 백업으로 두고 있는 것에 부담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두산은 투수보다는 내야수의 뎁스가 더 두텁다고 알려져 있다. 류지혁이 계속 1순위 백업으로 뛰는 과정에서 다른 내야수들이 올라올 수 없다는 점도 육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이에 류지혁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주고 새로운 신인들을 키워나간다는 계산을 세웠다고 하면 합리적이다.
두산과 기아에게 모두 윈윈이 되는 트레이드가 되길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KBO에는 트레이드가 많지 않다. 어떤 팀이나 자신이 가진 자원이 더 소중할 것이며, 트레이드가 실패했을 때 비난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번 전성기 나이 때의 주전급 두 선수의 트레이드가 더욱 이상적으로 느껴진다. 앞으로 이런 트레이드가 더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두 선수가 이적한 팀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둬 승승장구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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